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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역사] 가정맹어호 [ 苛政猛於虎 ]

by 청호반 2021.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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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잘못되어 사람을 해치는 것은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는 것보다 더욱 견디기 힘들다는 뜻으로, 그릇된 정치의 폐해를 지적하는 성구다.

<유사어> 가렴주구 ( 苛斂誅求 )

<출전> 예기 (禮記 )  단궁(檀弓) 편

어느 날,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泰山) 부근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곳은 사람들이 그리 많이 다니는 길 같지는 않았다. 그때 어디선가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하게 여긴 제자들이 울음소리를 따라가 보았다. 그곳에는 한 부인이 세 개의 무덤 앞에서 슬피 울고 있는 것이었다. 공자는 수레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 제자인 자로(子路)를 보내 연유를 물어보라고 했다.

 ' 부인의 울음소리를 가만히 들으니, 아무래도 여러 번 슬픈 일을 당한 것 같은데, 무슨 사연이라도 있습니까 ?'

 

부인은 울음을 그치고 대답했다.

 ' 네, 이곳은 범의 피해가 아주 심한 곳입니다. 오래전에는 제 시아버지께서 범에게 물려 돌아가셨고, 얼마 전에는 제 남편 또한 범에게 물려 죽었는데, 이번엔 제 자식이 또 범에게 물려 죽고 말았습니다.'

공자는 부인의 말을 듣자,

 '그러면 어째서 이 무서운 고장을 떠나지 못하는 거요 ?' 하고 반문했다. 그러자 부인이 대답했다.

  " 그래도 이 고장에는 세금을 혹독하게 거두어 가는 못된 벼슬아치는 없으니까요."

 

공자는 자못 느낀 바가 있어 제자들을 유심히 둘러본 뒤 말했다.

 " 너희들은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 (苛政猛於虎)'는 것을 잘 기억해 두어라."

가혹한 정치란, 백성들을 달달 볶아 못 견디게 하는 정치를 말한다.

 

 "가렴주구 (苛斂誅求)" 란 바로 '가정(苛政)'의 구체적인 설명이라 하겠다. 낼 힘도 없는데 시도 때도 없이 거둬들이는 것이 '가렴'이고, 정당한 법적 근거도 없이 강제성을 띤 요구가 '주구' 다.

 범에게 물려 죽을 때는  죽더라도 우선 아침저녁으로 시달릴 걱정을 않게 되니 순진하고 선량한 백성들은 첫째 마음이 편한 것이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춘추시대 말엽이다. 이때  공자(孔子)의 고국인 노(魯)나라에서는 대부 계손씨(季孫氏)가 조정의 실권을 쥐고 흔들며 혹독한 정치를 하고 있었다. 이렇다 보니 자연 백성들은 덜 가혹한 지방을 찾아 이곳저곳으로 내몰리게 되고 말았다.

 위정자를 잘못 만나면 도무지 피해나갈 구멍도 없이 수탈을 당하는 일이 예사였다. 범이야 조심하면 되지만 가렴주구는 조심해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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