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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역사] 개관사정 [蓋棺事定]

by 청호반 2021.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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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은 후에야 그 사람의 살아 있을 때의 가치를  알 수 있다.

<출전> 두보(杜甫)   군불견(君不見)

사람의 일을 두고 흔히 하는 말이다. 오늘의 충신이 내일에는 역적 소리를 듣게도 되고, 어제까지 천덕꾸러기 노릇을 하며 이 집 저 집 얻어먹으며 다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고 벼락감투를 쓰게 된 예에는 얼마든지 있다. 말하자면 관 뚜껑을 닫고 나서야 비로소 일은 정해진다는 말이다.

 부귀와 성쇠(盛衰) 같은 것은 원래가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세상이 다 변해도 그 사람만은 틀림이 없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이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변하는 데 따라 전연 딴판으로 달라지는 수도 적지 않다.

 

 하기야 관 뚜껑을 닫고 난 뒤에도, 죽은 사람이 살았을 때 저질렀던 일로 인해, 이른바 부관참시(剖棺斬屍)의 추형(推刑)을 가하는 일도 때로는 있으므로 엄격한 의미에서는  " 관 뚜껑 닫은 뒤에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 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역사적인 인물이나  역사적인 사건에서나 있었던 일이므로 논외로 하고, 역시 사람은 숨을 거두면 그것으로 모든 게 끝난다고 보는 것이 정당할 것이다. 여기서 두보(杜甫)의 시 한 편을 소개해 보자.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길가에 버려진 못을.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앞서 꺾여 넘어진 오동나무를 .

백 년 뒤, 죽은 나무가 거문고로 쓰이게 되고,

한 섬 오랜 물은 교룡(蛟龍)을 품기도 했다.

장부는 관을 덮어야 일이 비로소 결정된다.

그대는 다행히 아직 늙지 않았거늘,

어찌 원망하리오, 초췌히 산 속에 있는 것을.

심산궁곡은 살 곳이 못되는 곳.

벼락과 도깨비와 미친바람까지 겸했구나.

 

君不見道邊廢棄池 (군불견도변폐기지)      君不見前者催折棟 (군불견전자최절동)

百年死樹中琴瑟    (백년사수중금슬 )        一斛舊水藏蛟龍     (일곡구수장교룡 )

丈夫蓋棺事始定    (장부개관사시정 )        君今幸未成老翁     (군금행미성로옹 )

何恨憔悴在山中    (하한초췌재산중 )         深山窮谷不可處    (심산궁곡불가처 )

霹靂茫輛兼狂風    (벽력망량겸광풍 )

 

 이 시는 두보가 사천성 동쪽 기주의 깊은 산골로 낙백해 들어와 가난하게 살고 잇을 때, 역시 거기에 와서 살며 실의에 찬 나날을 보내고 있는 친구의 아들 소계(蘇溪)에게 편지 대신 보내준 시다.

 시 제목은 "군불견(君不見)" 이라 하는데, 첫머리에 이 같은 가락을 넣는 것을 악부체(樂府體)라 한다. 시의 내용은 그렇다.

 

 길가의 오래된 못도 옛날엔 그 속에 용이 살았고, 오래 전에 썩어 넘어진 오동나무도 백 년 뒤에 묻힌 뒤에 그것이 값비싼 거문고 재료로 쓰이게 되듯이, 사람은 죽어 땅에 묻힌 뒤가 아니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다행히 아직 젊지 않은가. 굳이 이런 산중에서 초라하게 살며 세상을 원망할 거야 없지 않은가. 이런 심산궁곡은 사람이 살 곳이 못된다. 언제 벼락이 떨어질지 요귀가 나타날지 미친바람이 몰아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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