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사성어

[역사] 거세개탁 [ 擧世皆濁 ]

by 청호반 2021. 12. 14.
728x90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다 바르지 않음.

<출전>  초사(楚辭) 어부사,  맹자(孟子) 이루상(離婁上)

<초사>에 있는 이야기이다.

초나라 충신 굴원(屈原)이 간신의 모함을 받고 벼슬에서 쫓거나 강가를 거닐며 초췌한 모습으로 시를 읊고 있는데, 고기잡이 영감이 배를 저어 지나다가 그가 굴원인 것을 알고, 어찌하여 이 꼴이 되었느냐면서 안타까워하며 그 까닭을 물었다.

 

 굴원은 이렇게 대답했다.

 " 온 세상이 흐려 있는데 나만이 홀로 맑고 ( 擧世皆濁我獨淸 ), 뭇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이 홀로 깨어 있다 (衆人皆取 我獨醒 ). 그래서 쫓겨난 것이다."

 

그러자 어부가 말햇다.

 " 세상이 다 흐리면 같이 따라 흐리고,  세상이 다 취해 있으면 같이 따라 취하는 것이 성인이 세상을 사는 길이 아닙니까? 무엇 때문에 남다른 생각과 남다른 행동으로 이 꼴을 당하고 계십니까 ?"

 

굴원이 대답했다.

 "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을 털고 (新沐者 必彈冠), 새로 몸을 씻은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턴다 ( 新浴者 必振衣)고 했다. "

 그러면서 굴원은 차라리 강에 빠져 고깃배에 장사를 지내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 깨끗한 몸으로 세상의 먼지를 쓸 수 있느냐고 했다. 그 말에 어부는 빙그레 웃고 다시 배를 저어 떠나가며 이렇게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다.

 

창랑의 물이 맑거든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내 발을 씻으리라.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 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 )

滄浪之水濁兮  可以濁吾足    ( 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 )

 

어부가 부른 이 노래의 뜻은 세상이 밝으면 밝게 살고, 흐리면 흐리게 살라는 청탁자적 (淸濁自適)의 그런 생활 태도를 뜻하고 있다.

 

다음은 <맹자> 이루상(離婁上)에서 맹자는 이 노래를 이런 뜻으로 인용하고 있다.

 '...... 아이들이 노래를 불렀다. " 창량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 " 그러자 공자는  제자들을 보고 " 너희들은 잘 들어라. 맑으면 갓끈을 씻고, 흐리면 발을 씻는다 (淸斯濁纓 濁斯濁足). 모두 자기 스스로가 가져오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

 맹자는 이렇게 예를 든 다음,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잇다.

 

 " 대저 사람은 스스로 업신 여긴 뒤에 남이 업신여기게 되고(人必自海然後  人侮之). 집은 스스로 허문 뒤에 남이 허물고, 나라는 스스로 친 뒤에 남이 치는 것이다"

 어부의 경우와는 다른 뜻으로 쓰고 있다. 모든 것이 내가 하기에 달려 있으므로 몸을 깨끗이 지녀야 된다는 뜻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공자가 말했다는 "청사탁영 탁사탁족 (淸斯濯纓 濁斯濯足)" 이란 말은 많이 쓰이고 있는데, 이 말 역시 두 경우에 다 통용될 수 있는 말이다. 다만 스스로 취한 것이다 (自取之也)란 말이 자신이 가져온 것이란 뜻이기는 하나, 이것도 내가 마음대로 행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