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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역사] 거자일소 [去者日疎]

by 청호반 2021.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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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떠난 사람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이가 점점 멀어진다.

<출전> <문선(文選)>  잡시(雜詩)

<문선> 잡시(雜詩)에 있는 고시(古詩) 19수 중 제14수 첫머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한번 떠난 사람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이가 멀어지며, 이미 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도 세월이 흐르면 점차 잊혀진다"는 뜻이다.

떠나버린 사람과는 날로 뜨악해지고

산 사람과는 날로 친해진다.

곽문을 나서 바라보면

오직 보이는 것은 언덕과 무덤

옛 무덤은 갈아엎어져 논밭이 되고

소나무와 잣나무는 잘리어 땔감이 된다.

백양나무에는 구슬픈 바람이 일고

소연하게 내 마음을 죽이는구나.

옛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길 막막하니 어찌할거나.

 

去者日以疎  生者日以親     (  거자일이소   생자일이친  )

出郭門直視  但見丘與墳     ( 출곽문직시    단견구여분  )

古墓犁爲田  松柏催爲薪     ( 고묘리위전    송백최위신  )

白楊多悲風  蕭蕭愁殺人     ( 백양다비풍    소소수살인  )

思還故里閭  欲歸道無人     ( 사환고리려     욕귀도무인 )

 

죽은 사람은 잊혀져 갈 뿐,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은 나날이 친해져 간다. 고을의 성문을 나서 교외로 눈을 돌리면 저편 언덕과 그 아래에는 옛무덤이 보인다. 게다가 낡은 무덤은 경작되어 밭이 되고 무덤의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무덤 주위에 심어진 송백은 잘리어 땔나무가 되어 버렸겠지.

 백양의 잎을 스쳐가는 구슬픈 바람소리는 옷깃을 여미게 하고 마음속 깊이 파고든다. 그럴 때마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으나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고 영락한 몸이라 돌아갈 수가 없다.

 

 고시 19수 중 남녀 간의 정을 노래한 것으로 보이는 12수를 제외한 나머지 6수는 전부 이와 같은 인생의 고통과 무상을 노래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 인생 천지간에 홀연히 멀리  떠나가는 나그네와 같다."  (제3수 )

 " 인생 한 세상이란 홀연히 흩어지는 티끌과 같다. " ( 제4수 )

 " 인생은 금석(金石)이 아니다. 어찌 장수할 것을 기대하겠는가 " (제11수 )

 " 우주 천지간에 음양은 바뀌고 나이란 아침 이슬과 같다. " ( 제13수 )

 " 인생 백을 살지 못하면서 천 년 살 것을 걱정한다. "  (제15수 ) 등을 들 수 있다.

 

여기 보이는 것은 적구(摘句)에 지나지 않으나, 어느 것이나 감정의 발현(發現)이란 점에서 볼 때 다시없으리만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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