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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역사] 토사구팽 [兎死狗烹]

by 청호반 2021.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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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가 죽으면 사낭개가 삶아진다"는 뜻으로,

쓸모가 있을 때는 실컷 부려먹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내팽개친다는 말이다.

<유사어> 득어망전 (得魚忘筌)

<출전>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

 

 유방(劉邦)과 항우(項羽)의 이른바 초한전(楚韓戰)에서, 한(漢) 나라 고조(高祖) 유방이 항우를 무찌르고 천하를 차지하는 데 가장 큰  무공을 세운 것은 한신(韓信)이었다.

 이미 항우가 죽고 난 뒤의 한신은 한고조에게는 둘도 없는 무서운 존재였다. 그 무서운 항우를 능히 쳐서 이긴 한신(회음후)이 한번 딴마음을 먹게 되면 천하는 다시 유씨의 손에서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신의 공로도 공로지만, 그의 비위를 건드릴 수가 없어 우선 초왕(楚 王)이라는 엄청난 자리로 멀리 보내 두었다. 하지만, 언제 반기를 들고 일어날지 잠시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한고조였다. 그런 판에, 지난 날 항우의 부하로서 한고조를 몹시 괴롭힌 바 있는 종리매(鍾離昧)란 장수가, 옛날 친구인 한신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고조는 즉시 한신에게 종리매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한신은 차마 옛 친구를 배반할 수 없어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고조의 속마음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것을 구실로 한신이 반란을 꾀하고 있다는 고변상소를 올렸다. 고조가 이 문제를 놓고 어전회의를 열었을 때, 장군들은 군대를 거느리고 내려가 한신을 잡아오겠다고 했다. 그러나 진평(陳平)은 '초나라는 군사가 날랜 뿐만 아니라, 아무도 한신을 당해 낼 수 없습니다. 섣불리 손을 쓰다 자칫 큰 일을 저지르게 됩니다. 그보다 폐하께서 운몽(雲夢)으로 행차를 하시어 제후들을 초나라 서쪽 국경인 진(陳)으로 모이도록 명령을 하십시오. 그러면 한신도 자연 그리로 나오게 될 것입니다. 나라를 벗어나 있는 한신을 잡기란 별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모이라는 명령을 전해 받은 한신은 일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래서 군대를 일으켜 반란을 꾀해 볼까도 했지만, 죄를 저지른 일이 없으니 고조를 만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이렇게 망설이며 고민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 '종리매를 체포하지 않은 것 때문이니, 그의 목을 베어 폐하를 뵈오면 반드시 기뻐하실 것입니다.'하고 권했다.

 한신이 종리매를 불러 직접 그런 이야기를 꺼내자, 종리매는 '한나라가 초나라를 습격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그대 밑에 있기 때문이다. 그대가 나를 잡아 한나라의 환심을 사고 싶다면 당장이라도 죽어 주겠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그대도 끝장이 나고 말 것이다.'

 

한신이 여전히 망설이자, 종리매는 한신을 꾸짖어, ' 그대는 장자(長者 : 덕이 잇는 사람)가 아니다' 하고 스스로 목을 쳤다. 한신은 그 목을 가지고 한고조를 배알 했다. 고조는 곧 군에 명령을 내려 한신을 포박해 수레에 싣게 했다. 이때 한신이 말했다. '과연 사람의 말과 같다. 날랜 토끼가 죽으면 좋은 개가 삶기고, 높이 나는 새가 없어지면 좋은 활이 들어가고(狡兎死 良狗烹 高鳥盡 良弓藏), 적국이 파하면 모신(謨臣)이 죽는다고 했다. 천하가 이미 정해졌으니, 나도 삶기는 것이 원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 과연 사람의 말과 같다'라고 한 것은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을 뜻하는 것이다.  훨씬 연대를 거슬러 올라가, 춘추 말기 월(越) 나라 범려가 대부 종(種)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말이 있다.

 ' 나는 새가 다하면 좋은 활이 들어가고, 날랜 토끼가 죽으면 달리는 개가 삶긴다 (飛鳥盡 良弓藏狡兎死 走狗烹 ).  월나라 임금의 사람됨이, 목이 길고 입이 까마귀처럼 생겼다. 환난은 같이 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같이 할 수가 없다. 그대는 어찌하여 떠나가지 않는가 ?' 

 

범려는 월왕 구천(句踐)을 도와 오나라를 멸한 남방의 패자 소리를 듣게 되자, 즉시 사표를 내고 제나라로 가서 살고 있었다. 거기서 그는 대부 종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 것이다. 대부 종은 설마 하고 있다가 결국 월왕 구천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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