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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역사] 건곤일척 [乾坤一擲]

by 청호반 2021.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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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와 흥망을 걸고 단판걸이로 승부나 성폐를 겨름.  "건곤(乾坤)"은 하늘과 땅이란 뜻이고, "일척(一擲)"은 한번 던진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이기면 하늘과 땅이 다 내 것이 되고, 지면 하늘과 땅을 다 잃게 되는 도박을 한다는 뜻이다.

<출전> 한유(韓愈) 의 시(詩)   과홍구(過鴻溝)

당나라 때 문장으로  첫손을 꼽는  한유의 칠언절구에 "과홍구"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시가 있다.

용은 피로하고 호랑이는 지쳐서 강을 경계로 나누니

억만창생의 목숨이 살아남게 되었네.

누가 임금을 권해 말머리를 돌리게 하여

참으로 한번 던져 하늘 땅을 걸게 만들었던고 !

 

龍疲虎困割川原  億萬蒼生性命存   ( 용피호곤할천원   억만창생성명존  )

誰勸君王回馬首  眞成一擲睹乾坤   ( 수권군왕회마수   진성일척도건곤  )

 

한유가 홍구(鴻溝)라는 지방을 지나 가다가 초(楚). 한(漢) 싸움 때의 옛 일이 생각나 지은 시다. 진시황(秦始皇)이 죽자 폭력에 의한 독재체제는  모래성 무너지듯 무너지고 몸을 피해서 숨어 칼을 갈고 있던 무수한 영웅호걸들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마침내 천하는 항우와 유방 두 세력에 의해 양분되었는데, 그 경계선이 바로 이 홍구였다.  홍구는 지금 가로하(賈魯河)로 불리며 하남성 개봉(開封) 서쪽을 흐르고 있다. 항우와 유방은 이 홍구를 경계로 해서 동쪽을 항우의 초나라로 하고, 서쪽을 유방의 한나라로 하기로 결정을 보았던 것이다. 이리하여 일단 싸움은 중단되고, 억만창생들도 숨을 돌리게 되었는가 했는데, 유방의 부하들은 서쪽으로 돌아가려는 유방의 말머리를 돌려, 항우와 천하를 놓고 최후의 승부를 결정짓는 도박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진나라 말 실정(失政) 때, 진섭(陳涉) 등이 기원전 209년 먼저 반기를 들고 이에 호응하여 각지에서 거병하는 자가 꼬리를 물고 일어났으나, 그중 풍운을 타고 가장 두각을 나타낸 사람이 항우였다.

 3년간의 전쟁 끝에 마침내 진을 멸망시키고 스스로 서초(西楚)의 패왕이 되어 아홉 군을 점령했으며, 팽성(彭城)에 도읍을 정하고 유방을 비롯한 공이 많았던 사람들은 각각 왕후로 봉하여 한때 천하를 호령하는 듯싶었다. 그러나 어쨌든 명목상의 군주인 초의 의제(義帝)를 이듬해 시해한 것과 논공행상이 고르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까닭으로 다시 천하는 혼란 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즉, 전영(田榮), 진여(陳余), 팽월(彭越) 등이 계속 제(齊). 조(趙). 양(梁)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더구나 항우가 이들을 토벌하고 있는 틈에 한왕 유방이 군사를 일으켜 관중 땅을 병합해 버렸던 것이다.

 무릇 항우가 가장 두려워하고 잇던 것은 유방이고, 유방이 적으로 여기고 잇던 것은 항우였다. 최초로 관중을 평정한 자가 관중의 왕이 된다는 의제의 공약이 무시되고, 관중에 누구보다 먼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항우에 의해 파촉(巴蜀)의 왕으로 봉해진 점이 항우에 대한 유방의 최대 원한이었으나, 바야흐로 관중을  수중에 넣은 유방은  우선 항우에게 다른 마음이 없음을 인식시켜 놓고 나서, 착착 힘을 길러 후일 관외로 진출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이듬해 봄, 항우는 제(齊) 나라와 싸우고 있었으나, 아직 제를 항복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지금이라고 생각한 유방은 초의 의제를 위해 상(喪)을 치르고 역적 항우를 토벌할 것을 제후들에게 알림과 동시에 66만의 군사를 이끌고 초나라로 공격해 들어가 도읍인 팽성을 함락시켰다.

 항우는 이 소식을 듣고 재빨리 회군하여 팽성 주변에서 유방의 한나라 군사를 여지없이 평정해 버렸다. 유방은 간신히 목숨만 건져 영양(榮陽)까지 도망쳤으나 적군 수중에 그 아버지와 부인을 남겨 놓는 등 비참한 결과를 가져왔고, 영양에서 다소의 기세를 회복했으나, 재차 포위당해 거기서도 겨우 탈출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 후 유방은 한신(韓信)이 제(齊) 나라를 손에 넣음에 이르러 겨우 세력을 증가시키고, 또 관중에서 병력을 보급받아 여러 차례 초나라 군사를 격파시켰으며, 팽월도 양(梁)에서 초군을 괴롭혀, 항우는 각지로 전전하게 되었고, 게다가 팽월에게 식량 보급로까지 끊겨 군사는 줄고 식량은 떨어져 진퇴양난의 궁지에 몰리자, 마침내 항우는 유방과 화평을 맺기에 이르고 천하를 양분해서 홍구에서 서쪽을 한(韓)으로, 동쪽을 초(楚)로 하기로 하고 유방의 아버지와 부인을 돌려보내기로 했다.

 때는 한(漢) 나라 4년, 기원전 203년이었다. 항우는 약속이 되었으므로 군사를 이끌고 귀국했으며, 유방도 철수키로 하였으나 마침 그것을 본 장량(張良)과 진평(陳平)이 유방에게 진언했다.

 " 한나라는 천하의 태반을 차지하고 제후도 따르고 있으나, 초나라는 군사가 피로하고 식량도 부족합니다.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초를 멸망시키려는 것으로, 굶주리고 있을 때 쳐 없애버려야 합니다. 지금 공격하지 않으면 호랑이를 길러 후환을 남기는 결과가 됩니다."

 

 그래서 유방은 결심을 하고 이듬해 한신과 팽월 등의 군과 함께 초나라 군사를 추격하여 드디어 항우를 해하(垓下)에서 포위하기에 이르였다. 한유는 이 장량과 진평이 한왕을 도왔던 공업을 홍구 땅에서 회상하며 이 싸움이야말로 천하를 건 큰 도박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일척(一擲)이란 모든 것을 한 번에 내던진다는 것으로 일척천금(一擲千金)이니 일척백만이니 하는 말들이 많이 쓰인다. 건곤(乾坤)은 천지(天地)로 "일척천곤을 건다" 다시 말해서 "건곤일척"은 천하를 얻느냐 잃느냐, 죽느냐 사느냐 하는 대 모험을 할 때 곧잘 쓰이는 말이다. 유방이 걸고 한 것은 사실 글자 그대로 하늘과 땅이었지만, 지금 우리들이 쓰고 있는 뜻은, 무엇이든 자기의 운명을 걸고 흥망 간에 최후의 모험 같은 것을 하는 것을 "건곤일척"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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