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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역사] 고복격양 [鼓腹擊壤] - 고사성어

by 청호반 2022.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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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를 두드리고 땅을 구르며 즐거워한다"는 뜻으로, 태평성대를 이르는 말이다.

<출전> 십팔사략(十八史略)  제요편

공자가 <서경(書經)>이란 역사책을 편찬할 때, 많은 전설의 임금들을 다 빼버리고 제일 첫머리에 제요(帝堯)를 두었다. 천황씨(天皇氏). 지황씨(地皇氏). 인황씨(人皇氏)는 물론 복희. 신농 황제에 관한 전설적인 이야기는 전혀 비치지 않았다.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천하를 전하고 순임금이 우(禹)에게 천하를 전해 준 것만을 크게 취급했다. 그리고 공자와 맹자는 이 요와 순 두 임금을 가장 이상적인 인물로 떠받들었다.

 

 공자는 제자 자공(子貢)이, "만일 널리 백성에게 베풀고 대중을 사랑하면 어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물었을 때,

 "어찌 어질다 뿐이겠느냐, 요순도 오히려 그렇게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느니라 (何事於仁 堯舜 其猶病諸)라고 대답하여 요임금과 순임금처럼 백성에게 널리 베풀고 대중을 사랑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암시했다.

 

 어느 날,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린 지 50년이 되었을 때, 아직도 그는 천하가 과연 잘 다스려지고 있는지 자신이 없었다.  맹자가 말했듯이, 닭이 울면 잠이 깨어 착한 일 하는 데만 마음을 쓰고 있었던 만큼 만족할 줄을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하루는 요임금이 아무도 모르게 평민 차림으로 거리에 나가 직접 민정을 살펴보기로 마음먹었다. 강구(康衢)라는 넓은 거리에 이르렀을 때, 한 젊은이가 노래를 부르며 놀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노래란 것은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므로, 그때그때 유행하는 노래를 들어보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정치를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요임금은 걸음을 멈추고 젊은이가 부르는 노래를 유심히 들었다.

 

 우리가 이렇게 잘 살아가는 것은    ( 立我蒸民   입아증민 )

모두 임금님의 지극한 덕이네.        ( 莫非爾極    막비이극 )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 不識不知   불식부지 )

임금님이 정하신 대로 살아가네.     ( 順帝之則   순제지칙 )

 

 우리 모든 백성들이 안정된 생활을 해나가고 있는 것은, 어느 것 하나 임금님의 알뜰한 보살핌과 사랑 아닌 것이 없다. 임금님은 인간의 본성에 따라 우리를 도리에 벗어나지 않게 인도하기 때문에 우리는 법이니 정치니 하는 것을 염두에 두거나 배워 알거나 하지 않아도 자연 임금님의 가르침에 따르게 된다는 뜻이다. 아이들의 이 노래에 요임금은 자못 마음이 놓였다. 과연 그렇까 하고 가슴이 뿌듯하기도 했다.

 요임금은 다시 발길을 옮겼다. 그러자 저쪽 길가에 한 노인이 두 다리를 쭉 뻗고, 한쪽 손으로 배를 두드리며 한쪽 손으로는 흙덩이를 치며 장단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배를 두드린다는 고복(鼓腹)과 흙덩이를 친다는 격양(擊壤)을 한데 붙여 태평을 즐기는 대명사로 쓰이기도 하고, 또 "강구동자(康衢童子)" 니 "격양노인(擊壤老人)"이니 하여 함께 태평의 예로 들기도 한다. 그 노인이 부른 노래는 이런 것이었다.

 해가 뜨면 일하고                    ( 日出而作               일출이작 )

 해가 지면 쉬며                       ( 日入而息               일입이식 ) 

 우물 파서 마시고                    ( 鑿井而飮               착정이음 )

 밭을 갈아먹으니                     ( 耕田而食                경전이식 )

 임금 덕이 내게 뭣이 있으랴.     ( 帝力何有於我   제력하유어아 )

 

 시의 내용을 풀어 보면, 해가 뜨면 일하고 밤이 되면 편히 쉰다. 내 손으로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고 내 손으로 밭을 갈아 배불리 먹고 사는데, 임금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으며, 정치가 다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뜻이다. 공기와 태양의 고마움을 모르는 농촌 사람이 사실은 더 행복한 것이다. 정치의 고마움을 알게 하는 정치보다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정치가 정말 위대한 정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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