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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역사] 고좌우이언타 [顧左右而言他] - 고사성어

by 청호반 2022.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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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볼 고 / 왼 좌 / 오른쪽 우 / 말이을 이 / 말씀 언 / 다를 타 )

묻는 말에 엉뚱하게 다른 대답을 함을 일컫는 말이다.

< 출전 > 맹자(孟子)  양혜왕편(梁惠王篇)

맹자가 제선왕(齊宣王)을 찾아가 일러 말했다.

 "왕의 신하가 그의 처자를 친구에게 맡기고 초나라로 놀러 갔다 돌아와 보니, 그 친구가 처자를 굶주리고 추위에 떨게 만들었습니다.  왕께서는 그 사람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 믿고 맡긴 처자를 굶주리게 한 친구는 당장 절교해야 합니다"

 "사사( 士師 : 지금의 법무부 장관 )가 그 부하를 제대로 거느리지 못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당장 그만두게 하겠습니다"

 

 " 그렇다면 사경(四境) 안이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왕은 좌우를 돌아보며 다른 말을 했다 (王顧左右而言他).

 

 설마 맹자가 그런 유도 질문을 해올 줄 몰랐던 임금은, 미처 대답할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고 그만 우물쭈물 넘기고 만 것이다.

 미리 알고 있었다면 "그것은 과인의 잘못이다" 하고 솔직한 대답을 할 수 있었던 제선 왕이었지만, 먼저 한 대답이 "버리겠소", "그만두게 하겠소" 한 끝이라서 "내가 임금 자리를 그만두어야지요" 하고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지금도 역시 이 제선왕과 같은 입장에서 솔직히 시인해야 할 일을 시인하지 못하고 엉뚱한 딴 이야기로 현장을 얼버무리는 그런 것을 가리켜 "고좌우이언타"라고 한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조선시대에 전해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과거제도에 강급제(講及第)란 것이 잇었는데, 이것은 시를 짓는 것이 아니라, 사서삼경을 외게 한 다음 그 뜻을 물어 틀리지 않으면 급제를 시키는 제도였다.

 

 당시는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평생소원인 세상이었으므로 어지간한 선비면 사서삼경 정도는 원문은 물론이요, 주석까지 휑하니 외는 편이었다.

 그러므로 거의가 만점의 합격 성적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러나 급제에는 몇 명이란 정원이 있다. 어떻게 떨어뜨리느냐 하는 것이 시험관들의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가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해서 모조리 떨어뜨리는 수법을 쓰곤 했다. 그 한 가지로 등장한 문제가 바로 이 "고좌우이언타"였다.

 

 "좌우를 돌아보며 다른 것을 말했다는데, 도대체 그 다른 말이 무엇이냐?" 하고 시험관이 구두시험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백 명이고 2백 명이고 모조리 낙제를 시켜 내려가는데, 한 젊은 경상도 선비 차례가 되었다. 

 젊은 선비는 시험관의 질문은 들은 척도 않고,

 

 "시생이 과거를 보러 서울로 올라오는데, 낙동강 나루에 닿았을 때 오리란 놈이 지나가며 강물 위에 알을 쑥 빠뜨리지 않겠습니까......."

 어쩌고 하며 천연덕스럽게 딴청을 부렸다.

 시험관은 그만 짜증을 내며, " 아니,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무슨 엉뚱한 이야기냐?" 하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그 선비는, '"고좌우이언타"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하고 정중히 대답을 했다.

 시험관들은 그제야 그 선비의 수단에 넘어간 것을 알고 마주 보며 껄껄 웃었다.

 결과는 물론 합격이었다. 과거의 문이 너무 좁다 보니 이런 우스꽝스럽지만 재치 있는 현상까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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